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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 턴아웃
작성자 김지선 등록일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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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반을 훌쩍 넘긴 시기, 눈부시게 발전된 과학기술은 인간 삶의 곳곳에 영향을 주었고 예술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발레 분야에서는 유전자 조작이나 나노칩 시술이 발레리나의 부상을 줄여주고 필요한 근력과 운동신경을 발달시켜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동작을 구사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과학 시술을 허용했지만 유독 미국과 러시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몇몇 나라에서는 인간의 피나는 노력만이 예술을 완성시킨다라는 고집으로 발레리나의 과학 시술을 일절 금지시켰다.


올해 열여덟 살의 제나는 세계적인 발레리나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을 때부터 마치 정해진 운명인 것처럼 발레를 시작해 지금은 세계 최고의 발레단으로 도약한 서울시립발레단의 차기 수석 무용수로 거론될 정도로 뛰어난 발레리나가 되었다.

하지만 한때 절친이었던 소율은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제나의 뛰어난 재능을 시기, 질투하며 이제는 그저 제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다. 소율은 죽도록 연습해도 자꾸만 벌어지는 제나와의 격차 때문에 제나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제나를 미워했다. 소율은 제나만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자신이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가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것은 자살한 전 수석 무용수로 인해 비어버린 지젤 역 오디션에서 제나가 지젤로 발탁되고 소율은 윌리들의 여왕 미르타 역을 맡게 되면서 극에 달하게 된다. 소율은 제나가 아닌 다른 솔리스트들 중 한 명이 지젤이 되었다면 그런 기분은 들지 않을 것 같았다. 그저 제나만 아니면 되었다.

그리하여 소율은 전 수석 무용수 송라희가 자살하기 전 단장실에서 훔쳐서 자신에게 건네준 제나의 메디컬테스트 파일을 제나의 동의 없이 불법으로 유전자 분석 해독을 부탁하기에 이르는데….




'턴아웃'은 발레 용어로, 발레의 기본 중의 기본 동작이자 발레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결정적인 동작이라고 한다. 그런데 제아무리 출중한 발레리나라고 하더라도 기본 동작인 턴아웃을 완벽하게 해내는 발레리나는 거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턴아웃은 관련 근육과 뼈를 얼마나 잘 이용하는 가의 문제이기에 노력이 아닌 타고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소설 속 소율은 자신의 노력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완벽한 턴아웃을 함으로써 발레 동작이 그 누구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제나를 시기하고 질투하며 밑으로 끌어내리려고 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소율에게는 불편한 감정만 느껴졌다.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해서 시기하고 질투하여 경쟁자가 사라져버리기만 바라는 소율의 삐뚤어진 경쟁심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소율의 노력조차 질투를 표출하는 독기로만 느껴졌다. 어째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나만 꺾으면 자신이 최고가 될 거라고 착각하는 걸까? 자신만큼, 아니 자신보다 더 노력해서 실력을 쌓아가는 재능 있는 누군가가 다른 곳에 있을 거라고는 왜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

그리고 어차피 누군가는 정상을 차지할 텐데 그게 본인이 되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자신이 아는 누군가가 되는 것이 더 뿌듯하고 자랑스럽지 않을까? 어떻게 그 최고 자리가 자신이 아는 제나만 아니면 된다는 일그러진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또한 소설에서는 유전자를 조작하고 나노칩을 이식받으면 별다른 노력 없이 저절로 발레를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가 되는 것 같아 의아했다. 물론 과학 시술을 받지 않은 일반인들보다 유리하긴 하겠지만 소설 속 제나가 같은 동작을 무수히 연습해서 한 달 넘게 물리치료를 받아야 했었던 것처럼 그들도 피땀어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잘 할 수 없는 것이다.

라식 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눈이 로봇화돼서 레이저가 나오고 시력이 4.0이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유전자 조작과 나노칩 이식이 그들을 완벽한 로봇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 소설은 SF적 요소를 소재로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각양각색의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들의 방황과 고뇌를 잘 표현하고 있다. 제나와 로미처럼 같은 꿈을 가진 이들이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격려하며 긍정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있는가 하면,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남을 시기하고 약점을 잡아서라도 상대를 끌어내려 밟고 일어서려는 소율 같은 모습 등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확실한 것은 한 가지! 결코 소율 같은 인물이 잘 되는 일은 없기를.

아! 그러려면 연조가 먼저 벌을 받아야 되려나….


개인적으로는 소설 속 인물처럼 어쨌든 자신이 여태껏 노력해서 잘해오던 일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잘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아니라면 잘하는 일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은 취미로 하라고.

물론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인생은 한낱 꿈과 연습이 아닌 현실이고 실전이라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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