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서재의 아동 브랜드인 특서주니어 어린이문학에서 『소년병의 끝없는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전쟁 속에서 어린 시절을 빼앗긴 아이들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평화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중·고학년 동화이다. 특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강제로 전쟁에 동원되는 소년병 이야기여서 더욱 울림이 깊다.
『소년병의 끝없는 이야기』는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전쟁의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 주며, 지금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 인권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평화로운 삶의 가치를 전한다. 또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을 통해 공감과 연대의 마음을 배우게 한다. 이 동화는 전쟁의 비극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전쟁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아이들의 모습과 인간다운 삶을 향한 간절한 바람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글 : 이상권 산과 강이 있는 마을에서 태어났으며, 한양대학교에서 국문학을 공부했다. 어린 시절 본 수많은 들풀과 동물들의 삶과 생명의 힘을 문학에 담고 있다. 1994년 계간 [창작과 비평]에 단편소설 「눈물 한 번 씻고 세상을 보니」를 발표하면서 이야기꾼이 되었고, 이후 일반문학과 아동, 청소년문학의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작품 『아름다운 수탉』, 『새박사 원병오 이야기』가 중학교 국어와 도덕 교과서에,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었으며 동화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가 고1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 지은 책으로는 『시간여행 가이드, 하얀 고양이』, 『시간 전달자』, 『신호모데우스전』, 『첫사랑 ing』, 『난 멍 때릴 때가 가장 행복해』, 『과거시험이 전 세계 역사를 바꿨다고?』, 『위험한 호랑이책』,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수』 시리즈, 『소년의 식물기』, 『1점 때문에』, 『서울 사는 외계인들』 등이 있다.
그림 : 오이트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에서 공부하였고 아톤아카데미에서 일러스트를 강의하였다. 여러 광고에 일러스트를 작업했고 기후에너지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각 부처에 웹툰을 연재하였다. 『푸른 잎이 노랗게 물들 때까지』를 쓰고 그렸으며, 『딱 3일만』 『비밀 도서관』 『오늘의 분실물』 『상처받기 싫어서』 『핼러윈 마을에 캐럴이 울리면』 『우주 메아리』 『고백 타이밍』 『숭숭이와 나』 등에 그림을 그렸다.
목차
이야기를 시작하며
소년병의 끝없는 이야기 소년병 토마스 엄마도 모르는 비밀 악마가 된 소년 팝콘처럼
『소년병의 끝없는 이야기』 창작 노트
책속으로
나는 걸을 때마다 자꾸만 어깨에서 총이 흔들린다고 생각했다. 지난 6년간 어깨에는 항상 AK소총이 매달려 있었다. 총은 사라졌어도 그 무게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나 할까. --- p.19~20
3개월 뒤에 다시 반군들을 만났다. 이전에 빵을 주었던 그 군인들이었다. 그들이 나를 붙잡았다. 반항할 틈도 주지 않았다. 입을 틀어막고 손발을 묶어서 트럭에다 실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그렇게 나는 군인이 되었다. 어깨에 걸린 총이 땅바닥에 닿아서 질질 끌려왔으니까, 나는 분명 너무도 어렸다. --- p.25~26
내가 끌고 간 여자아이가 또렷하게 떠올랐다. 삐걱삐걱 물지게 소리와 함께 그 여자 얼굴이 라미나로 변해 있었다. 물지게에서 떨어지던 물방울이 트럭 위에서 울던 여자아이의 눈물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나는 가슴을 꼭 움켜쥐었다. 가슴속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 p.39
토마스는 왼쪽 다리에 총을 맞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감당할 수 없는 통증이 밀려왔다. 그래도 움직였다. 올챙이처럼 기어갔다. 비명을 지르고, 흙에다 마구 얼굴을 비벼 대면서. 살겠다고 움직인 게 아니다. 어서 죽고 싶었을 뿐이다. 백나일강을 보자 어머니가 떠올랐다. “엄마 뱃속에는 백나일강만큼이나 크고 아늑한 강이 있단다. 넌 그곳에서 살다가 나온 거야.” 그게 사실이라면 다시 강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토마스는 강물로 몸을 굴렸다. 눈을 떠 보니, 백나일강 강변이었다. 토마스는 일어났다. --- p.52
홍수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죽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난민으로 떠돌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누군가는 총을 쏘고, 또 누군가는 죽어 간다. 어젯밤에는 주바 시내에도 포탄이 떨어졌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도 모른다. 사람들 눈에서 희망이 사라진지 오래다. 희망이 없어도 살아간다는 것. 그것을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 --- p.56~57
불빛 몇 개가 캄캄한 뒤쪽 숲에서 가물가물 움직인다. 그제야 떠오른다. 이 길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부대를 탈출한 소년병들이 잡혀서 다시금 충성을 맹세하면 기회가 주어질 때도 있다. 대신 사령관님 앞에서 가장 친한 사람들을 죽여야 한다. 친구이거나 가족이거나 마을 사람들이거나.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배신의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 아, 그렇구나! 왜 그걸 몰랐을까. --- p.61~62
나는 앙토슨 얼굴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앙토슨은 그런 내 눈빛을 이미 알아챘다. “내 얼굴 흉하지? 이건 내가 잘못해서 받은 벌이야.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돈 벌자마자 얼굴 수술부터 할 거야. 우간다에서는 어려우니까, 유럽이나 한국으로 가서 할 거야.” 앙토슨이 담담하게 말한다. 주니어가 고개를 흔든다. “그게 왜 오빠 잘못이야? 앞으로 그런 말 하지 마. 어린아이를 소년병으로 만든 사람들이 나쁜 거지, 아무것도 모르고 가서 군인이 된 아이들은 죄가 없어!” 두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다. 소년병이라니? 그런 말은 처음 들었다. --- p.72~74
“근데 왜 내전이 끝나지 않는 거야?” 앙토슨 뒤에서 페달을 밟아 가던 엄마가 불쑥 외삼촌에게 한국말로 물어본다. 외삼촌은 잠깐 자전거를 멈춘다. 외삼촌의 입에서는 영어가 나온다. 앙토슨이랑 주니어에게도 대화 내용을 공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부족 간에 얽힌 문제도 있고, 종교 문제도 있고, 정치적인 문제도 있고… 복잡해. 분명한 것은 전쟁에 동원되는 어린 소년병들은 그런 걸 모른다는 거야. 그냥 무작정 끌려가서, 어른들이 강요하는 대로 총을 쏘고 상대를 죽이는 것이지.” --- p.82
우리는 모두 까만 복면을 하고 있었어. 그래서 우리를 ‘복면부대’라고 불러. 우리는 대장님의 명령에 따라 움직일 뿐, 서로의 얼굴을 알지 못해. 서로 말을 해서도 안 돼. 늘 서로를 감시하면서 살게 되어 있어. 그래야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잖아! 그건 대장님이 만든 법이야. 대신 대장님은 엄청난 돈을 주어서 충성하게 만들었어. 여기저기 미사일이 꽂히고, 전차포가 불꽃놀이하듯이 날아왔어. 땅 위로는 도저히 달아날 곳이 없었어. 그러자 누군가 비밀 땅굴로 안내하기 시작했어. 밧줄을 타고 수직으로 얼마나 내려갔는지 몰라. 이윽고 발이 땅에 닿자 좁은 동굴이 구불구불 이어졌어. 우리는 달리고, 또 달렸어. 우리가 탈출하자 그 동굴은 폭파되었어. --- p.100
끊임없이 악마를 키워내는 옹그웬을 오늘밤에는 꼭 체포해야 할 텐데. 그래서 제발 우간다 아이들이 편안하게 잠이 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 너처럼 공부도 하고, 게임도 하고, 친구들이랑 웃고 떠들고 그렇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더 이상 아이들이 총을 들고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랑하는 아들 S야, 새삼 세상 모든 아이들을 떠올린다. 아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에 희망이 있다는 뜻이야. 아이들 그 자체가 희망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기도한단다. 오늘 밤에는 꼭 그 악마가 체포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 p.105~106
이제 8시 45분입니다. 앞으로 15분만 있으면 입학식이 시작됩니다. 괜히 긴장이 됩니다. 앙델라는 저도 모르게 왼쪽 가슴으로 늘어진 토끼 인형에 붙어 있는 스위치를 만지작거립니다. 오빠 얼굴을 떠올리자 몸이 붕 떠오릅니다. 앙델라는 저도 모르게 손에다 힘을 주었습니다. 순간 등에 멘 가방에서 “팍! 팍! 팍!”하고 팝콘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프라이팬에다 튀겨 내던 팝콘보다 훨씬 컸습니다. 앙델라는 자기 주먹보다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팝콘은 체육관 천장이 닿도록 솟아오르기도 했고, 한순간에 체육관 바닥을 하얗게 덮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