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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따위 필요 없어
작가 탁경은
ISBN 9791167030856
출간일 2023-08-18
정 가 13,000
페이지/판형  212 / 140*205

책소개

두려움에 지지 않고 나아가는
십대들을 위한 다정한 신뢰의 이야기!
“당신의 소원을 들어줄 ‘완벽한’ 세계,
샤이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단역 배우이자 혈액암을 앓고 있는 민아
엄마의 압박이 버거울 때면 꾀병을 부려 병원에 입원하는 혜주
하반신이 마비되어 휠체어 신세를 지는 동수

사랑 병원의 비밀스러운 엘리베이터를 탄 세 사람이 도착한 곳은……

“여긴 샤이어입니다.
이곳은 아무나 올 수 없습니다. 간절히 원하는 사람만이 올 수 있는 곳입니다.
당신들이 있던 곳에서 불가능한 일들이 여기에서는 가능하죠.”

모든 게 완벽한 미래 세계 샤이어에서
아이들은 각자의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청소년소설 『싸이퍼』로 제14회 사계절문학상을 수상한 탁경은 작가의 신간 『소원 따위 필요 없어』는 장애, 질병, 가정 환경 등 각자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는 세 아이들이 만나 펼치는 마법 같은 이야기다. 탁경은 작가의 글에서 묻어나는 숨길 수 없는 다정함이 시공간을 이동하는 상상력과 결합해 새로운 세계를 탄생시켰다.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청소년소설 『싸이퍼』로 제14회 사계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사랑에 빠질 때 나누는 말들』, 그리고 『러닝하이』 등이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 『열다섯, 그럴 나이』, 『앙상블』, 『소녀를 위한 페미니즘』 등이 있다. 글쓰기를 더 즐기고 싶고, 글쓰기를 통해 더 괜찮은 인간이 되고 싶다.

목차

1부_소원 하나 들어주면 용서해줄게
2부_간절히 바란 한 가지 소원
3부_소원 따위 필요 없어

『소원 따위 필요 없어』 창작 노트

책속으로
혜주는 엄마를 사랑했다. 동시에 엄마를 무서워했다. 엄마도 혜주를 사랑했지만 아프게도 했다. 그 모순을 이해하기엔 혜주는 어렸고 약했다. 엄마는 혜주가 공부 잘하는 로봇이 되기를 바랐다. 미안하게도 혜주는 엄마의 기대만큼 공부를 잘하지도 못했고 로봇은 더더욱 될 수 없었다.
“다 너 잘되라고 그러지.”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섬뜩했다. 엄마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 혜주의 행복인지, 아니면 혜주를 통한 엄마의 행복인지 헷갈렸다.
“더 잘할 수 있어. 누구 딸인데.”
엄마의 과도한 기대에 숨이 막혔다. 학창 시절 엄마가 얼마나 공부를 잘했는지 잘 알았다. 엄마 아빠가 명문대를 나왔다고 자식도 무조건 공부를 잘해야 하나? 그건 아니지 않나? 그 간단하고 쉬운 걸 엄마 아빠만 몰랐다. 반에서 1등 한 번 못한 혜주도 알고 있는 진실인데. 도망갈 곳이 필요했다. 그곳이 병원이었다. 엄마의 완벽주의 병이 시작될 조짐이 보일 때마다 혜주는 거짓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나일론 환자가 되었다. 방법은 단순했다. 변비약을 많이 먹어 설사를 유도하거나 드라이어로 머리를 한껏 달궈 미열이 나는 척하거나 떼굴떼굴 구르며 증상을 위장했다. 무조건 아프다고 울며불며 난리 치면서 당장 입원하겠다고 떼를 썼다.
--- pp.33~34

“눌러볼 게 하나 더 남았는데.”
혜주가 동수를 건너다봤고 동수는 사다리 보관함의 글씨를 뚫어져라 봤다. 나쁜 예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혜주가 움직이기 전에 민아가 손을 뻗었지만 늦었다. 혜주는 홀린 눈초리로 반짝이고 있는 ‘ㅁ’자를 바라보다가 이번에도 여느 버튼을 누르듯 가볍게 꾹 눌렀다. 그러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서 멜로디가 다시 시작됐다. 민아는 화들짝 놀라 링거대를 꽉 잡았다. 비상 버튼을 다시 누른 게 아닌데 왜 멜로디가 또 나오지? 다음 순간 엘리베이터가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혜주가 엘리베이터 중간 바를 두 손으로 붙드는 모습이 보였다. 춤을 추듯 꿈틀거리던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움직였다. 아래가 아니라 옆으로!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이렇게 빠르게 옆으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가 세상에 있다고? 믿을 수 없다. 민아는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고 그 바람에 링거대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실내를 밝히고 있던 조명이 깜박거렸다. 그 사이로 민아는 보고야 말았다. 동공 지진이 시작된 동수의 두 눈동자를 말이다.
--- pp.62~63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여기는 샤이어이고 이곳은 과학 기술이 남다르게 발달되어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당신들이 있던 곳에서 불가능한 일들이 여기에서는 가능하단 뜻이죠. 이곳 시민이 되면 엄청난 혜택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 이곳에서 지내려면 시민권을 획득하고 일을 해야 합니다. 노동은 신성한 거니까요.”
민아가 딴지를 걸었다.
“저희는 미성년자인데요.”
사람의 눈동자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미키의 초롱초롱한 눈이 민아를 응시했다.
“상관없습니다. 샤이어에서는 열다섯 살부터 시민권을 부여받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은 이 국가에서 일하고 있는 장관들을 한 분씩 만날 겁니다. 다양한 장관 중 마음에 드는 장관이 있으면 그분 밑에서 일하기로 결정하면 됩니다. 그러면 칩이 발급될 것이고 바로 시민증이 나옵니다. 그렇게 이 나라 국민이 되면 취직 걱정, 집 걱정, 돈 걱정 자동 해결이죠. 저희는 국가에서 아파트와 차를 아주 싸게 대여해주거든요.”
“미쳤다!”
혜주가 감탄했다. 미키 얼굴에 어린 미소가 한층 더 환해졌다. 동수는 민아와 혜주 얼굴을 번갈아 살폈다. 민아는 당장이라도 이곳을 빠져나가 사랑 병원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얼굴이었고 혜주는 설렘과 호기심으로 어느 때보다도 생기가 넘쳤다.
--- pp.70~71

“도서관에 시집이 왜 없는 줄 아니?”
현준의 물음에 민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문학은 금기야.”
금기?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다른 건 다 가능하지. 근데 문학은 할 수 없어. 방금 네가 시를 썼다는 사실을 국가에서 알게 되면 널 감옥에 가둘 거야.”
시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교도소에 가둔다고? 민아의 머릿속은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궁금증으로 폭발 일보 직전이었다.
“대체 왜?”
“여기선 쓸모 있는 문장만 쓸 수 있어. 모든 것이 완벽하고 유쾌하고 행복해야 하지. 웃음이 넘쳐야 하는 거야, 철철. 그래서 조금만 우울하거나 불만이 생기거나 힘들다고 징징대면 정부에서 사람을 보내 달래지. 그러면 문학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민아는 자신도 모르게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나도 그렇게 생각해. 슬프거나 저항적인 이야기가 가득한 문학이 위험한 게 아니라 언제나 웃고 즐겁고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위험하다고 봐.”
마침내 민아의 질문 보따리가 열렸다.
“그럼 넌 여기 시민이 된 걸 후회하니?”
현준은 잠깐 망설였다.
“여기에서 태어났으니 후회할 일은 아니지.”
“너도…… 시를 쓰니?”
“물론.”
민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pp.93~94

노을이 점점 자취를 감추려 했다. 사라지려는 저녁놀 때문일까. 많은 것들이 와락 그리웠다. 그곳에 두고 온 모든 것들이 몹시 그리웠다. 지독히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되돌아보니 아니었다.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어 몸부림친 적도 있었다. 엄마가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자신은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존중하고 싶다. 존중받지 못했다고 존중할 줄 모르는 건 아니니까. 사랑하고 싶다.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본 적 없다고 사랑을 주는 것까지 까먹은 건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 애한테 다가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아무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다. 암이라는 큰 병과 싸우면서도 한 번도 미소를 잃지 않았던 민아처럼 조금은 단단해지고 싶다. 무엇보다도 엄마한테 더는 휘둘리고 싶지 않다. 충분히 휘둘리고 상처받고 아팠으니까.
--- p.133

미안해, 엄마.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동수는 묵묵히 기다렸다. 엄마의 통곡이 진정될 때까지 얼마가 걸리든 기다릴 작정이었다. 엄마. 아름다운 바다를 보았어. 넘실대는 푸른 바다 곁에서 다시 걷는 꿈을 꿨어. 어찌나 생생하던지 꿈이 아닌 줄 알았어. 걸음마를 처음 떼는 아이처럼 넘어질 듯 위태롭게 걷다가 금방 달리기까지 했어. 그런데 혼자였어.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 계속 걸었어. 걷다 보니까 마음 안에 숨어 있던 생각들이 하나씩 솟구쳤어. 다시 걷지 못할까 봐 정말 무서웠어. 엄마가 실망하고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거든. 갈 길을 잃고 헤매다가 다시 바닷가로 걸어갔어. 방파제 끝에 앉아 하염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는데 바다가 말을 걸어왔어. 괜찮다고. 어떤 일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네 안에 있다고. 그 순간 거짓말처럼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 민아였어. 안도감이 들었어. 민아를 만나는 순간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만 같았거든. 다시 엄마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았거든.
--- pp.168~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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