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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 라이프가드
작성자 유현주 등록일 202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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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태양」, 「바람을 만드는 사람」 마윤제 작가의 첫 단편소설집

 

<강江>, <도서관의 유령들>, <라이프가드>, <어느 봄날에>, <버진 블루 라군>, <옥수수밭의 구덩이>, <조니워커 블루>, <전망 좋은 방> 묵직한 여덟 편의 단편이 담겨있는 『라이프가드』 ..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강江>과 <도서관의 유령들>이다.

 

<강江>은 재혼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자식들의 모습과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등장인물의 심리묘사가 인상 깊었다. 형과 동생은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는지 자꾸만 사이가 비틀어진다. 그런 둘 사이에서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자식보다 전처의 자식에게 조금 더 잘하는 새엄마. 마음을 열고 진짜 가족이 되어가려나 싶었는데 새엄마가 폐암으로 돌아가시면서 새엄마는 세상을 떠나고, 남아 있던 형은 가족을 떠난다. 강에서 형과 동생의 에피소드가 있었기 때문일까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떠오른 <강江>의 엔딩... 강물 소리의 쓸쓸함, 마음 한구석 어딘가 허전함이 느껴졌다...

 

도서관의 책들을 통해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는 자체가 강하게 기억에 남는 <도서관의 유령들>.. 아직도 기분이 묘한 책과 사람의 자리.. 사람이든 책이든 각기 맞는 자리가 있(p.38) 다는 말이 너무 와닿았던 것 같다. 자리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 어떤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 세상의 가혹함.. 세상에 대한 기대감.. 씁쓸한 마음과 여러 복합적인 생각이 들었던 이야기..

 

 

만약 여덟 편 중에 가장 좋았던 단편을 고르라면 <도서관의 유령들>이라 할 것 같다. :D 표제작인 <라이프가드>도 기억에 남고.. 다른 단편들도 묵직하고 쓸쓸하고 때론 고립감이 들기도 했고 이야기들이 밝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확실히 전작들과는 다소 느낌이 달랐다. 물론 단편과 장편이라는 분량의 차이도 있겠지만은. 읽는 내내 어둡고 깊은 바닷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나중에 읽어본 '책 소개'에 비슷한 맥락의 글이 있어서 반가웠다.

 



 

■ 책 속 문장 Pick

오래된 책에서 나는 냄새는 기억의 총합이었다. 책을 읽은 사람의 기억이 책에 스며들어 차곡차곡 쌓인 다음 발효되듯 기억의 냄새가 만들어졌다. 이따금 도서관에서 빌린 오래된 책에 얼굴을 묻고 냄새를 맡았다. 그러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 그래서일까. 그는 휘발유 냄새를 풍기는 새 책보다 오래된 책이 있는 도서관을 즐겨 찾아갔다. 그곳에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기억의 냄새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p. 49 _ 도서관의 유령들)

 

세상에는 자리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다. 그들은 어떤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세상은 가혹했다. 어딘가에 속하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은 물론이고 많은 걸 희생해야만 했다. 기존 질서와 카테고리에 들어가기 위한 선결 조건은 복종이었다. 복종을 위해선 모든 걸 버려야 했다. 개성과 가치를 버리고 복종을 맹세한 뒤에야 비로소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복종을 거부한 사람은 철저하게 배척당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유령이 되었다.   (p. 52 _ 도서관의 유령들)

 

 


 


정말 묵직하고 쉽지 않았던 여덟 편의 단편이었지만 책이 주는 여운은 좋았다. 때문에 마윤제 작가님의 다음 작품.. 또 기대된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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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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