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특별한 물건이 누군가의 삶을 바꿔줄, 반짝이는 마법 같은 이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 책이 보여준 건 일상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특별한 마법이 아니라, 일상의 순간 속에서 사람이라는 기적이 만들어지는 이야기였다. 신상문구점의 신상들은 요술을 부리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잇는 작은 다리처럼 연결되는 일상적인 물건이었다.
시골 마을은 서로의 삶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다. 사생활이 보장되는 도시와 달리, 이곳에서는 옆집 수저 갯수까지 농담처럼 알 수 있는 촘촘한 관계망이 존재한다. 그 네트워크 속에서 신상문구점과 그집식당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아이들의 아지트이자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품는 중심부가 된다. 그곳에서 이야기는 서서히 나를 끌어당겼고, 누군가와의 이별 이후 낯설게만 느껴지던 일상들이 어느새 익숙하게 스며들었다.
동하, 편조, 모경.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상처를 품은 이들은, 동시에 나에게도 오래전 마음 한쪽에 남겨둔 작은 상처를 떠올리게 한다. 동하의 마음이 흔들릴 때, 편조의 마음이 뒤틀릴 때, 모경이 새롭게 내미는 손길 속에서 나는 내 안의 어린 나와 조용히 마주했다. 마음 속 상처 때문에 모난 말을 했던 나, 그리고 그런 나를 안아주었던 친구가 문득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눈에 보이는 마법이 없어도, 그들의 존재와 사소한 행동들이 마법 같은 기적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래서 이 책에서는 마법이 필요하지 않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