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으로 소통하는 사람과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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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는 중2병 온 것 같은 아이로, 덩치는 작은데 자신을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려 험한 욕설과 폭력을 휘두른다. 그런 민수는 수채한테 못된 짓을 해, 강제 전학을 간신히 면하고 부모님한테 혼이 난다. 그런데 뭐가 그리 억울했던 것인지 수채 앞에 복수한다고 3마리 사냥개를 끌고 나타난다. 3마리개들에 둘러싸여 울부짖는 덤덤이. 민수는 훈련을 어찌나 잘 시켰던지 사냥개 3마리는 민수의 휘파람 신호만 기다리며 당장이라도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공격할 준비를 마쳤다. 덩치도 좋은 사냥개들.. 덤덤이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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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대부분 심성이 좋다는 카더라 얘기가 있는데, 민수를 보면 "응. 아니야"가 절로 나온다. 그리고 그 사실을 증명하듯 미친 민수는 휘파람을 분다. 순식간에 피 투성이가 된 덤덤이. 거의 죽을 위기까지 간다. 이때 스타가 등장하는데, 정말 멋있다. 나이든 노견에 현재 다리도 절고 있어 수로도 누가봐도 불리한 싸움인데, 그냥 지나가라는 덤덤이의 울부짖음에도, 스타는 절뚝거리면서 3마리 개들에 맞서 싸운다. 스타는 노련미로 상대의 싸움을 대응하고, 마지막에는 지리적 요소를 활용해 1:1로만 싸울 수 있는 공간으로 가 급소를 노린다. 그리고 힘으로 좁은 공간에서 끌려나온 스타는 다른 나머지 개들이 한 번에 물어뜯는다.. 스타가 위험해진 상황에서 다행히 또 현재 대장인 시베리안 허스키 로또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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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개의 일생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싸우고 상처를 입어 땅과 가까워진 채로 멀어지는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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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pg 개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어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짧은 다리 덕이다. 땅에서 살아가는 것들은, 결국 땅과 자신과의 거리를 좁혀야만 한다. 그래야 땅의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비틀거리는 통에 땅하고 더 가까워진 스타는, 설령 쓰러지더라도 땅이 받아줄 것이며, 다시금 일어날 때도 땅이 일으켜 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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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pg 휘파람을 불까 하다가, 스타의 침묵을 침묵으로 해독하고 싶었다. 스타는 남은 생을 스스로 책임지겠다고 침묵으로 전해 왔고, 수채는 그 뜻을 존중하겠다고 침묵으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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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로 상처가 많이 남고, 민수네 개 3마리도 상처를 입은 채로 상황은 일달락 된다. 그리고 경찰까지 온 시점에서 민수는 울면서 사과를 하러온다..... 민수새끼.. 덤덤이 한테 사과하는 병주고 약주는 민수.. 수채는 민수를 절대 용서할 수 없지만, 덤덤이는 자신을 공격한 사람에게도 꼬리를 흔들며 용서한다. 사람과 개의 다른 점이 있다면 한결같음이 아닐까 싶다. 어떤 상황이든 사람에게 충성하고 기꺼이 마음을 내어준다. 아마 이 점은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개들에게 마음의 위로를 많이 받는 이유인 것 같다. 하지만 바낻로 개들은 인간에 의해 상처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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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pg 덤덤이는 이리저리 목을 돌리고, 긴 혀를 빼서 수채의 목과 볼을 핥아 준다. 수채는 개의 혀가 왜 이렇게 길어지게 되었는지 깨달았다. 개의 혀는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해서 그렇게 길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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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이와 사과는 보더콜리로 서로 같은 종이다. 정작 수박이 사과는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데 오직 아저씨 피셜로 남편 아내로 정해, 둘 사이 순수 혈통 보더콜리를 낳기를 바란다. 결국 사과는 동네 다른 개와 관계를 해 임신을 했고, 아저씨가 주는 약물을 먹고, 입으로 죽은 새끼를 살코기마냥 입으로 툭하고 뱉어낸다. 강제로 유산 당한 것도 서러운데, 사과는 죽은 새끼를 입에 물고가 묘에 직접 묻었다. 이와 비슷한 장면이 또 나온다.
인간에 의해 들개 학살이 일어났을 때 새끼들은 발견이 안돼 죽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날 수캐 한 마리가 찾아왔고, 자식들을 사랑하지만 젖을 물릴 어미가 없어, 다른 수캐들에게 공격을 당해 죽느냐 아니면 병에 걸려서 죽느냐 고민하다 어느날 자신의 입으로 새끼들을 넣고 우두둑 물어서 죽인다. 그리고 다시 그 강아지를 입에 물고 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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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의 입장에서는 자연의 섭리 일 수 있지만, 이는 마치 뉴스 속 동반자살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이 부족한 어른이 어린 자식들까지 차에 태워 함께 물에 빠지기, 한 집에서 일가족이 가스를 마셔 죽는 죽음. 힘든 상황 속 그런 점이 매치되어 보여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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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땅이랑 가까워지니까. 살아가면 또 살아진다 라는 폭싹 속았수다의 명대사처럼 수채는 개들 사이에서 진리를 하나씩 보고, 친구관계에서 아픔도 즐거움도 얻고 연애도 하고 하면서 그렇게 그냥 살아간다. 평범한 일상 속 오랜 기간의 소통 수단이었던 도구 휘파람, 왜인지 한 번 입술을 모아 불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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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pg 휘파람은 세상 모든 것들하고 소통하는 신성이 있다. 휘파람과 말의 차이는 해독성이다. 말은 배우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휘파람은 그냥 듣기만 해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휘파람은 인간과 다른 동물의 경계를 초월하는 가장 오래된 노래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