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살 고은이에게 속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한창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나이에 74살 차이가 나는 치매에 걸린 외할머니와 같은 방을 쓰게 된 겁니다. 더군다나 할머니를 돌보는 일까지 맡게 되었지요.
그런 할머니가 어느 날부터 고은이에게 재미나게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마치 자신이 고은이 또래로 돌아간 것처럼 이요.
고은이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할머니의 74년 전 이야기에 푹 빠져듭니다.
해방이 되고 이제는 좋은 세상이 왔다며 기뻐한 것도 잠시.... 서로가 서로를 밀고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러던 중에 외할머니의 삼촌이 빨갱이라는 누명을 쓰고 잡혀가 죽임을 당하고 큰오빠마저 잡혀갔다 풀려나오는 일을 겪습니다.
그리고 발발한 전쟁. 큰오빠 부부와 친구들은 피난길에 오르지만 할머니와 다른 가족은 마을에 남습니다.
모두가 떠난 휑 휑한 마을에서 전쟁을 견뎌내던 할머니는 남동생 하나를 잃는 아픔을 겪기도 하지요.
그러다 마주친 북한군의 모습을 보며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며 전쟁이 얼른 끝나기를 빌었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던 고은이는 시사 사건 중 한 가지를 골라 보고서를 작성하는 사회과 제의 주제를 전쟁에 대해 쓰기로 결정합니다.
74년 전 할머니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은이가 과제의 주제를 전쟁으로 잡는 이야기가 교차되며 전쟁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잘 풀어놓았습니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들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고 그 전쟁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퍼하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울컥하더라고요.
북한군을 적이 아닌 똑같은 사람으로서 바라보며 할머니가 느꼈던 감정을 통해 진정한 평화와 화해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합니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는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고요. 왜 전쟁을 하는 것인지, 전쟁을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이고 잃는 것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네요.
며칠이 지나면 6.25가 발발한지 74년이 되는 날이 됩니다. 이 시기에 읽고 생각하기에 좋은 책이네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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