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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의 인생수업
작성자 신간평가단9기박혜경 등록일 202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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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교시부터 9교시까지로 인생을 크게 바라본다면 나는 이제 점심을 먹고 춘곤증에 시달리고 있다.
3부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인생이 실패했다는 말은 9교시가 되어야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크게 고개 숙여지는 대목이면서 아직 많이 남았구나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되는 말이다.

오래 전 읽은 소설에서 서성로, 북성로, 삼덕동, 수성못 등이 배경으로 나왔을 때 기분이 색다름을 느꼈다. 내가 가 본 곳이라 머리 속에 장면이 그냥 그려지면서 친밀감이 들었다.

그런 의미로 경북중고등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동촌, 비행장, 경산 중방동 모두 내겐 익숙한 곳들이라 더욱 내 어릴 적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즐거웠다.
이래서 타지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면 반가운가 보다.

선생님의 어린 시절을 듣고 있노라니 1990년대 내가 살던 지역, 내가 다니던 지역이 2000년대까지 변화되는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선생님의 이야기는 역사다. 식민, 전쟁, 혁명을 거쳐 오늘까지 변방의 평범한 우리의 역사.
어르신들 누구나 역사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단히 큰 업적을 이뤄내지 못했어도 90년의 세월은 가치가 있다. 가끔 시골에서 처음 한글을 배우신 할머니들이 시를 썼다는 소식을 접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분들은 눈물을 흘리신다. 자신의 역사를 보게 되면 다 그럴 것 같다.

십 대의 친구들, 이십 대 학업, 그 후 직업인으로 업적을 즐거운 마음으로 들으면서 내 인생도 추억하게 된다. 선생님 주변에는 좋은 친구들이 있었다. 그것이 많이 부럽다.
선생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버렸던 기억들, 갖지 못했던 기회들이 소환되어 온다. 그럴 때마다 아쉬움에 입 맛을 다신다.

선생님은 첫머리에서 인생을 잘 살려면 40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 즈음부터 자신감을 잃고 헝클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저는 왜 미치지도 않습니까라는 이발사의 말이 귓가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아팠나보다. 상처를 받으면 아파해야 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돌아가면 되는 것을 받아들였다면 이발사는 삶을 계속 유지했을까.

책 말미에 선생님은 시대를 썼다고 하셨다. 이 책으로 말미암아 독자들도 삶을 되돌아 보기 바란다고 하셨다.
책을 읽으면 어느새 내 삶을 복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매일 새로운 24시간을 선물 받는다고 누군가 말했듯이 남은 오십 년을 어떻게 잘 살 것인가를 약간의 흥분과 기대를 가지고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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