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Home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마법의 언간독
작성자 신간평가단9기박혜경 등록일 2024-02-28    
첨부파일


책표지는 아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예쁜 그림으로 시작한다. 언간독이라는 제목도 어린 세대들에게는 낯설기에 친절히 설명하면서 그 당시 문화를 살짝 펼쳐 놓는다. 내용이 교육적이지만 억지로 가르치지 않는다. 또래 아이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시간을 준다. 얼마 전 끝난 아이돌 데뷔 프로그램 마지막 방송일에 아이는 열광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후보에게 표를 주기 위해 온 가족의 계정을 등록하는 아이를 보며 세월의 흐름을 실감했다. 주인공 주희도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아이돌 오빠가 출연하는 채널을 틀어 놓기만 한다. 우연히 오빠가 찾는 고문서가 자신의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훔치기로 마음 먹는다. 아이돌 오빠들이 모두 오지승과 같다면 좋겠다. 그러다 도착한 곳이 90년 쯤 전 증조할머니댁이다. 그 곳은 내 어릴적 시골집과 별반 다르지 않다. 주희는 한글을 배우기 위해서, 책 한 권을 갖기 위해서 갓난이가 얼마나 절실한 마음으로 어머니와 오빠를 대하는지 보게 된다. 한글자 한글자 필사해서 완성한 책은 얼마나 소중할까. 한글을 쓰지 못하게 하는 시대에 한글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생명을 걸어야 할만큼 위험하다. 갓난이는 책의 비밀을 모른체로 평생을 가지고 있게 된다. 이 모든 것을 옆에서 지켜본 주희는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어린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현재로 돌아온 주희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기대된다.
유행하는 짧은 쇼츠를 보다 보면 전쟁 참전 용사에 대해 미국인들이 얼마나 그들을 존중하는지 알 수 있다. 최근 나는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우리의 독립운동가들과 6.25 참전 용사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남산에서 고문을 당한 사람들을 생각한다. ‘러시아에게 뺏기고 미국에게 뺏기고 일본에게 뺏겨서 남은게 없어도 그래도 조선이 우리나라니까 내가 하는 것이다’ 라는 어느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갓난이 오빠도 그랬을 것이다. 야학을 운영하던 동지들이 그랬을 것이다. 그랬던 그들이 풍요롭고 평화로운 사회에서 자연스레 잊혀져갈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에 소환되는 것조차 불편해졌다. 그들에게 고맙다고 하면 자신이 빚쟁이가 되는 것인지 지우려고만 한다.
주희는 책 읽기를 싫어하고, 역사에 관심이 없고 아이돌 오빠에 관한 것만을 의미있게 생각한다. 나도 그렇고, 내 아이도 그렇고, 내 주변이 그렇다.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기억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우리가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생명이 너무 아깝지 않나. 내 손에 증조할머니의 언간독이 쥐어 졌다 해도 예전처럼 전의를 불태우거나 사명감에 고취되지 않는다. 그런 일들을 기대하기에는 세월이 많이 흘렀고 사회가 변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하고 감사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싶다.

 
번호 제 목 작성 날짜
651 천개산패밀리3 신간평가단9기박혜경 2024-04-10
650 [신간평가단]가짜 모범생2 박형녀 2024-04-07
649 [신간평가단] 『마음 근육 튼튼한 내가 되는 법』 유현주 2024-04-04
648 가짜모범생2 신간평가단9기박혜경 2024-03-31
647 [신간평가단 9기] 아브카라디브카, 마법의 언간독 정은숙 2024-03-30
646 [신간평가단 9기] 마음 근육 튼튼한 내가 되는 법 - 박상미 지음 정은숙 2024-03-30
645 [신간평가단]마법의 언간독 구자은 2024-03-27
644 [신간 평가단] 마음 근육 튼튼한 내가 되는 법 장미애 2024-03-26
643 (신간평가단)마음 근육 튼튼한 내가 되는 법 김혜옥 2024-03-24
642 (신간평가단)아브카라디브카 마법의 언간독 김혜옥 2024-03-24
1 2 3 4 5 6 7 8 9 10 다음 1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