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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눈의 아이들
작성자 김지선 등록일 202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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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에서 일어난 전쟁 때문에 갈 곳을 잃은 '호종'즉 '북방 오랑캐'였던 할아버지는 아기였던 끝단이 아버지를 데리고 조선으로 건너와 터를 잡았다. 하지만 금발에 높은 코와 투명한 초록빛 눈동자는 누가 보아도 조선인들과는 달랐기에 끝단이 아버지는 어린 시절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돌팔매질 당하고, 억울한 누명도 썼다.

아버지의 외모를 많이 물려받은 끝단이와 끝동이는 짙은 초록색 눈동자와 갈색빛이 도는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자식들도 자신과 같은 일을 당할까 늘 신경이 쓰였던 끝단이 아버지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아이들을 잠시 숨겨두기 위해 아미산 끝자락에 숨어 살았다.

아버지는 아이들이 오랑캐와 피가 섞였다는 말을 듣는 것이 가장 싫었다. 그러한 업신여김과 비아냥은 자기 혼자서만 감수하고 싶었다.


남만국(홀랜드)에서 와 조선으로 귀화하며 나라로부터 양반의 지위도 얻은 붉은 머리카락에 초록 눈의 이방인 '얀 벨테브레이', 조선명 박연. 그에게 있어서도 역시 조선인과 다른 외양은 신분의 벽보다 훨씬 더 고됐다. 그는 조선말이 서툰 탓에 양반들 사이에서 대놓고 비웃음의 대상이 되거나, 소외되기 일쑤였다.

조선 여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장희와 딸 양희 역시 박연을 닮아 붉은 머리카락과 초록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신분이 양반이었던 탓에 사람들은 그들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뒤에서 흉을 보는 말들을 자주 했다. 심지어는 집안에서 부리는 사람들조차 뒤에서 쑥덕거렸으니, 장희와 양희는 대놓고 바깥 구경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집에만 주로 있는 오빠 장희와는 달리 양희는 집을 몰래 빠져나가 밖을 돌아다니곤 했다. 아버지처럼 화약을 만들고 싶었던 양희는 자신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 성공해 보이고 싶었다.




백정인 아버지가 손질해 온 고기로 할머니가 설렁탕을 끓여 장터에 공급하는 끝단이네는 동네 어딜 가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그래서 끝단이는 끝동이가 참가한 두엄 장사 대회에서도 사람들의 눈을 피해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던 중 끝단이는 염초 제조를 위해 두엄 섞인 흙을 구하러 온 양희와 부딪치며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 후 양희가 아궁이 흙과 눌어붙은 국물 찌꺼기를 구하기 위해 끝단이 집에 몰래 찾아들며 다시 한번 서로 맞닥뜨렸고, 치매기가 있는 끝단이 할머니 때문에 양희는 끝단이의 오해를 사고 만다.

이 오해를 풀기 위해 다시 끝단이 집은 찾은 양희는 노쇠한 끝단이네 할머니를 대신해 끝단이와 함께 갈래산 꼭대기의 염 씨 할머니 집에 설렁탕을 가지고 가게 되는데….



내가 어릴 때는 '우리는 단일민족이자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이라고 배웠다. 어릴 때는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조금의 의심도 없이 그런가 보다 하고 받아들이고는 어이없게도 '단일민족'이라는 말에 자긍심을 가졌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예전부터 외세의 침입을 그토록 많이 받았던 우리 민족이 과연 '단일민족'이 맞을까? 고려 시대나 삼국시대로 넘어가지도 말고 가까운 조선시대만 해도 왜란과 호란을 오랜 기간 겪지 않았는가.

아니, 조선 건국 일등 공신인 이지란 자체가 여진족이 아닌가.

아니면 이 사실은 어떠한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성씨인 김해 김씨의 시조 김수로왕의 왕비인 허황후가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라는 사실. 경주 석 씨의 시조인 석탈해 또한 한민족이 아니라는 사실.


이 외에도 우리나라에 다문화 인물, 다문화 가정은 오래전부터 수없이 존재해 왔다. 단지 우리나라 주변국 사람들 외모가 우리와 거의 크게 다르지 않아 다문화 가정을 이루어도 표가 나지 않았을 뿐. 아! 인도 쪽은 확연하게 달랐으려나?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시대가 많이 변했음에도 우리는 어릴 때 학습(?)한 단일 민족이라는 단어를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지구촌 시대임에도 우리는 여전히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을 아닌 척하며 남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들에게 이중잣대를 들이민다. 그들에게 지극히 관대하거나 혹은 극도로 혐오하고 무시하거나.


이 책에는 양희와 끝단이라는 조선시대 두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아이들과 그들의 아버지들은 편협한 조선시대를 살면서 남다른 외모로 인해 차별을 겪는다. 물론 그들이 겪는 차별에는 차이가 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나와 다름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그것은 아마 나와 다름으로 인해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에서 북방 오랑캐인 끝단이 아버지와 자식인 끝동이는 힘이 장사인 것으로 나온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나와 다름을 핑계 삼아 그들을 업신여기고 헐뜯으며 심할 경우 폭력을 행사하곤 한다.


그러나 모두가 전부 똑같은 세상이라면 그것이 과연 균형 잡히고 아름다운 세상일까?

두엄 장사 대회에 나온 아이들이 제각기 능력과 힘이 달라 두엄을 던진 곳이 각자 달랐기에 한동안 버려뒀던 땅이 골고루 두엄으로 채워지며 기름질 수 있었던 것처럼, 세상 사람들이 모두 각기 다른 개성과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세상의 모든 부분이 골고루 채워지게 되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편견과 차별을 감내하며 다른 사람들보다 더 바르려고 노력하는 끝단이네가 너무 안타까웠다. 제발 끝단이네가 행복하기를.

그리고 양희가 남과 다른 외모와 여성이라는 한계를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기를.

여러 생각이 들게 하면서 역사 속 박연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다시 알아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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