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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 8기] 잃어버린 집 - 권비영 장편소설
작성자 정은숙 등록일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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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역사소설이 그 시대에 대한 호기심을, 주인공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면 성공한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에게 권비영 작가의 [덕혜옹주]와 [하란사]는 충분히 그런 역할을 했고 허를 찔린 심정이 되어 세상을 이렇게 보는 방법도 존재하는구나 하고 탄식을 하게 했던 소설들 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은박이 새겨진 남색 당의를 연상시키는 표지의 책 [잃어버린 집]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상상하며 역사의 이면을 만났습니다.

소설은 죽은 이의 독백으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 서 序
나는 죽었다. 이미 오래전에.
몸을 벗어버린 영혼이 홀가분하다. (6쪽)
.....
나는 내가 태어난 집이 보이는 호텔의 한 방에서 이승의 끈을 놓았다. (7쪽)

조선의 제26대 임금이자 칭제를 통해 대한제국 황제의 지위에 오른 '고종황제', '조선의 국모'하면 떠오르는 명성황후와 아들인 제27대 '순종황제'까지는 흔히 국사(역사)시간에 간략히 배웠을 뿐, 그 이후의 조선왕조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알려는 사람도, 잘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저 역시도 근현대사의 역사에 가려져 그저 풍문으로 들려오는 연예인 누구누구가 '조선왕족의 후손이더라'라는 이야기 정도만 들었지 그 외에는 문외한 이었습니다. 그래도 지난 2009년 소설 [덕혜옹주]가 큰 방향을 일으키며 잊혀졌던 왕실 인물들에 관한 호기심을 키웠고 이번에 [잃어버린 집]을 읽으며 덕혜옹주의 오빠이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인 '이 은', 그리고 마지막 적통 직계손 '이 구'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을지 상상해 보게 되고 좀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뿐입니다.

다소 비극적인 내용으로 시작 된 소설이지만 인생이 온통 비극만으로 이뤄질 수는 없듯이 소설은 시계를 되돌려 놓습니다. '잃어버린 집'에서 생을 마감한 황태손 이 구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 바로 그의 아버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이 은과 일본제국주의 황실의 금지옥엽 마사코 여사의 결혼이 어떤 배경으로 이뤄졌는지, 그녀의 입장에서 조국을 빼앗기고 유학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볼모로 와있는 이 은(의민태자)과의 결혼을 받아들이게 된 배경, 늘 지배자의 위치에서 당연하다 누리는 삶의 그녀와 피지배국이자 나라이름도 사라진 대한제국 황실의 인물을 남편으로 둔 그녀의 삶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첫 아이를 황망히 잃고 둘째인 이 구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나 그야말로 역사의 사상누각 위에 지은 집처럼 위태로운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나라를 잃게 만든 원흉인 일제 황실 사람을 아내로 어머니로 둔 이 은과 이 구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고, 대한제국의 마지막 적통 직계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나 일본에서 나고 자라 우리나라의 해방 이후엔 재일한국인으로 뿌리없는 삶을 이어나갈 수 밖에 없던 이 구는 미국 유학시절에 만난 우크라이나 출신의 줄리아 멀록과 결혼을 하고 이혼까지 하는 과정에서 더더욱 사람들의 옛조선이나 대한제국의 인물들에 대한 관심사를 멀어지게 한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황태자', 마지막 '적통 직계손'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산 것도 사실이지만 생활고와 빈곤, 일제의 억압과 핍박, 전쟁의 상흔으로 고통받았던 평범한 일반인들의 삶에 비하면 그들의 삶은 작위적인 귀족적 삶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야말로 사람을 갈아넣어 피폐해진 국토를 일궈냈고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선 나라가 되었음을 기뻐하는 찰라에 뻔뻔스런 일본제국주의 망령들이 되살아나는가 싶더니 더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치옥의 순간들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고 무섭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역사의 양면성과 개인의 삶의 비극, 과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책을 덮습니다. 50년, 70년, 100년이 지나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판을 하기 위해서도 알아야 하고, 잘못 된 점을 고치기 위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앞에 보여지는 것에만 현혹되지 말고 뒤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상상하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역사소설 [잃어버린 집] 추천 합니다. 제발 우리가 약해서 그들이 지배했다는 잘못된 인식만은 없어지길 바라봅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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