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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 푸른 숨
작성자 김지선 등록일 20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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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 금수강산을 일본이 차지한 시대의 제주 하도리.

영등은 그날도 어린 막내동생 영심을 보살피며 아기 바당에서 친구 연화와 춘자랑 잠수 놀이를 했다. 비록 엄마는 안 계시고 아버지는 육지에 나가 떨어져 살았지만 손주들을 살뜰히 보살피는 할머니가 계셨기에 할머니를 도와 세 명의 동생을 돌보는 것은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상군 해녀였던 할머니가 갑자기 물숨을 먹고 돌아가시게 되며 아직 어린 소녀였던 영등은 이제 가장이 되어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며 살아야 했다.


할머니가 물숨을 먹은 지 4년이 지난 후 영등은 진짜 해녀가 되어 물질을 하며 동생들과 살아가고 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육지에 나가 사업하시던 아버지는 잠깐 섬으로 돌아왔었지만 동경 유학까지 꿈꾸던 고학력자인 아버지에게 제주 하도리는 좁은 곳이었고, 두 해를 버티다가 결국 다시 섬을 떠났다. 그러고는 가끔씩 집에 얼굴을 비치고 양식이나 돈을 부쳐올 뿐이었다.


영등은 생계를 책임지게 되면서 공부에 대한 열망을 접어야만 했다. 그저 자신에겐 닿을 수 없는 꿈이라 여기며 마음만 다잡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연화로부터 소개받은 야학 선생 강오규가 이제 세상이 바뀌어 여자도 배워야 한다며 배움을 강조했다. 하지만 동생들을 건사하며 먹고사는 것이 시급한 상황 속에 홀로 던져진 영등에게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었다.


그러던 중 육지에 물질하러 간 영등은 잠시의 쉴 틈도 주지 않고 해녀들을 다그치며 차가운 바닷속으로 밀어 넣는 선주에 분노했고, 고생을 하며 채취한 천초를 전주와 거간꾼, 서기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 까막눈인 해녀들을 속이는 작태를 보고 마음이 점점 더 어두워만 갔다.

급기야 물질 중에 해파리에 쏘인 순덕이라는 해녀가 선주의 성화에 못 이겨 쉬지 못하고 다시 바다에 들어갔다가 돌고래 떼를 쫓아온 상어에게 변을 당하게 되는데….




웬만한 사투리는 듣고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부하는 나조차도 이 소설은 읽기 편한 소설은 아니었다. 조금 엄살을 섞어 이야기하자면 영어 원서 읽는 것이 훨씬 편하고 이해하기 쉽다고 할까.

생소한 제주 단어와 문장을 알기 위해 초반에 각주를 자꾸 읽다 보니 글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고 소설에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3분의 1 지점이 넘어가며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본격적인 영등의 삶의 서사가 펼쳐지자 제주 방언은 더 이상 방해의 요소가 아니었다.


이야기는 일제 치하 당시 고달팠던 민중의 삶을 영등이라는 해녀의 성장을 통해 보여주고, 그 삶에 닥친 고난을 이겨내는 용기와 굴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일제 치하의 민초들의 삶이 그러했듯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제주의 해녀들의 삶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들은 선주와 서기, 거간꾼 뿐만 아니라 그들의 권익을 위해 힘써야 할 해녀조합에 의해서조차 착취당하고 억압당하기 일쑤였다.

무지는 그들을 옭아매는 족쇄고 어둠이라는 것을 깨달은 영등은 그것을 벗어나고자 배움을 자처한다. 그리고 죽음을 각오하고 자신이 처해진 불합리한 현실에 맞서 싸운다.


이 소설은 일반인들에게 많이 생소한 해녀들의 삶을 보여주며 신선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가 싸워 지켜내려는 자신만의 삶과 권리.

현실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며 정열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영등을 보면서 우리의 삶에서 만나게 될 고난과 고통에 좌절하지 않고 살아가는 힘과 용기를 얻게 되는 책이었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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