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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단]푸른 숨
작성자 김수현 등록일 202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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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섬 여인, 감은장아기들의 삶?

부모에게 기대지 않고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제주의 감은장아기 전설은,

바다로 나아가 물질을 하면서도

밭도 일구고 망건도 짜며 식솔까지 먹여 살려야 하는 섬 여인의 삶과 꼭 닮았다.

게다가 일제강점기의 수탈은 어느덧 먼바다까지 뻗쳐와

까막눈의 여인들 몫과 목숨까지 위협한다.

바다마저 내 것이 아니고, 눈앞에서 사기 쳐도 돌려받지 못해 억울하고 답답한 그 시대의 감은장아기들의 설움과 연대가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

적당한 두께의 책이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다가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야기를 읽어 내려갈수록 먹먹해지는 구절이 늘어만 갔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도 충분히 가슴 먹먹하게 만들었지만,

나의 마음을 가장 무겁게 만든 것은 '영등의 삶' 그 자체였다.

바다에서 죽을 둥 살 둥 버텨가며 온갖 고초를 겪지만

그럼에도 바다와 떨어져 살 수 없는 영등의 상황이 야속하기만 했다.

물숨 먹고 일찍 돌아가신 할망, 줄줄이 달린 동생들,

육지에서 자주 와보지도 않는 아방.

동료가 죽어나가고 바다가 두려워지는 순간에도

이겨내고 다시 물질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가장 울컥했던 장면은 순사들에게 고문 받는 와중에도

바다에 가지 못해 갑갑해 하는 영등의 모습이었다.

가끔 바다를 원망하면서도 바다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바지락을 캐며 '바다가 육지라면'을 부르던 우리 할머니가 생각나서 더 이입이 된 걸까.

단순한 삶의 터전이 아닌, 그녀의 목숨 같았던 바다.

그렇기에 그녀의 삶을 마음 깊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충분히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제주 사투리로 생동감을 더한 부분이 좋았다.

더불어 생생한 풍경과 영등의 심정 묘사로 인해 이입이 잘 되었다.


"그러나 뭍도, 바다도 그저 생명을 품고 키울 뿐 애초에 누구의 소유일 리 없었다."-17p


"당장 한 치 앞의 어둠을 몰아내는 것도 중하지만, 그보다 중한 건 먼 데 있는 어둠을 물리치는 거주."-34p


"나라 엇이난 설룹곡, 여자로 태어낭 설룹곡, 까막눈이난 설룹다. 궤 속 가찌 왁왁하난 잘도 설룹다."-55p


"이승과 저승의 경계는 미역 한 가닥만큼이나 얇았다."-91p


"정작 서러운 건 찬 바다가 아니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는 때로 해녀들을 위협했지만 배신하거나 농락한 적은 없었다. 바다는 끊임없이 생명을 품었다가 아낌없이 내어주었다."-139p


"영등에게 바다는 밥줄 이상의 것이었다. 바다에 들지 못하는 날이면 몸에서 바닷물이 출렁거렸고, 귓가에선 파도 소리가 이명처럼 들렸다."-196p


"바다는 얼음처럼 차가울지언정 얼지 않았다. 어는 건 바다가 아니라 자신이었다."-215p


*리뷰 목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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