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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 턴 아웃 - 유전자 편집된 발레리나는 진정한 발레리나일까?
작성자 정희진 등록일 2023-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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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천재 '제나', 서울시립발레단 <지젤> 공연을 앞두고 주인공 '지젤' 역을 둘러싼 사건이 발생한다. 제나의 천재성이 신이 준 능력인지, 과학기술의 힘을 빌린 것인지 의심했던 선배 라희의 죽음과 친구 로미의 나노칩 시술 사건을 겪으며 제나는 자기 능력에 의심을 품는다.

애초에 제나와는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소율은 오디션을 통해 주인공 지젤이 아니라 귀신의 여왕 역할을 맡는다. 비중이 높은 역할이었지만 소율도 지젤이 되고 싶다. 제나는 가정 형편이 넉넉하고 발레리나 출신 엄마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 그러니 기량이 늘 수 밖에. 그에 비해 소율은 훌륭한 발레리나가 되고 싶은 열정과 피나는 노력말고는 가진 게 없다.

제나와 소율은 모두 서울시립발레단의 단원이다. 단장 연조는 발레리나의 나노칩 시술에 반대한다. 신체에 나노칩을 삽입해 근육 기량을 높이는 것은 발레의 예술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신념때문에 단원과의 마찰이 생기지만 예술에 과학 시술을 허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노칩 시술을 허용한 다른 나라 발레 공연을 보며 마음이 흔들린다.

제나 엄마 수연은 연조와 함께 발레를 하던 발레리나이다. 뛰어난 기량으로 촉망받던 발레리나였는데 <호두까기 인형> 공연 중 토슈즈에 들어 있던 유리조각이 발가락 사이를 파고드는 사고를 겪으며 그 꿈을 접었다. 지금은 제나를 훌륭한 발레리나로 키우는 것 이외에는 관심이 없다.


연조와 수연의 악연으로 제나는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진 인생을 살아야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기도 전에 부모의 계획하에 설계된 인생을 살아가는 제나. 남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늘 주인공을 하고 있지만 불안하고 허전한 마음이 드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발전된 과학 기술을 이용해 더 우수한 신체적 능력으로 발레를 공연하는 것이 왜 나쁜지? 예술은 왜 고통을 감수해야하는 것인지 묻는 친구 로미, 그래도 예술은 인간의 노력의 최대치를 담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제나.


"로미가 고개를 젓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과학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을 때나 하는 말이지 큰 고통 없이 아름다운 공연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난 잘 모르겠어."

"예술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겠지만, 적어도 난 이렇게 생각해. 예술이란, 인간의 노력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도 아름다운 표현이라고. 근데 몸을 시술해서 예술을 표현한다면, 그게 주사를 맞고 번개처럼 달리는 운동선수와 뭐가 다르겠니?"

"어이가 없네! 시술받은 발레리나들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아. 살이 찌지 않으려고 틀림없이 식단 조절도 할 거야. 또 감정 연기를 잘하기 위해 공부도 해야 한다고단지 큰 부상을 피하기 위해 하는 시술이야." 로미는 새초롬한 얼굴로 이어 말했다.

"나도 너만큼 발레를 사랑해. 다만, 좀 더 편리하고 안 전한 방법으로 표현하기 위해 과학의 힘을 빌리자는 거 야. 난 과학의 힘을 믿어. 아마 앞으로 더 많은 발레리나 들이 시술을 받을 거야. 그건 틀림없이 대세가 될 거야.""


나노칩을 시술한 무용수의 공연은 기괴할 것이라 생각했던 발레단 단장 연조. 시술받은 무용수의 공연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답고 강력했고 무용수 부상을 줄여 완벽한 공연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마음이 흔들린다.


"영국 로열발레단의 공연은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다. 서커스처럼 기괴한 동작으로 사람들 의 눈을 현혹시킬 거라고 생각했으나 완전한 착각이었다. 남자 무용수는 더 발달한 근력으로 여자 무용수의 몸을 오래도록 들어 올렸다. 그들이 추는 파드되는 그 어떤 파드되보다 아름다웠다. 발레리나들의 동작 또한 객석을 빨아들일 만큼 빠른 속도로 아름답게 표현됐다. 그 어디에도 서커스 같은 동작은 없었다. 정통 발레의 완벽한 동작들이 작은 실수 없이. 심지어 공연 중 부상으로 무용수가 교체되는 흔한 일 하나 없이 척척 진행됐다. 공연을 보는 내내 연조는 자신의 판단을 의심했다. 공연이 끝나고 기립박수를 치는 객석의 행렬을 따라 자신도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연조가 늘 꿈꿔왔던 최고의 공연이었다. 자신이 지휘하는 발레단이 저토록 잘 출 수만 있다면 정말이지 바랄 게 없었다."


진정한 예술이란 인간의 극기를 담는 자연 상태로의 것인지, 더 아름답고 완벽한 예술을 위해 기술의 도움을 받는 것이 나은지 고민에 빠진다.


"방금 전 혼이 나갈 듯 빠져들었던 공연이 헛것 같았다. 무용수들이 AR기술로 흠잡을 데 없이 만들어진 아바타들 같았다. 무대 뒤에서 진짜 발레리나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조종하는 것 같았다. 때문에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던 점프와 턴을 부상당할 염려 하나 없이 그토록 가뿐하게 해낼 수 있었다. 무대를 위해 그들도 죽을 만큼 연습 했을 것이다. 제 아무리 시술을 했어도 무대를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을 것이다.하지만 시술받지 않은 발레리나들은 그보다 더 죽을 만큼 연습해도 절대 저만큼 출 수가 없다.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발버둥치는 게 예술이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뛰어넘는다면 그건 예술이라고 할 수 없었다."


발레리나가 되기 위한 열정과 욕망은 제나의 것이 아니었다. 예술에 대한 탐욕은 제나를 공허하게 만들었다. 제나의 출생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며 이제 제나는 제나의 인생을 살 것이다. 소율이도 로미도 각자의 방법으로 멋진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진정한 예술이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 과정일 것이다. 정해진 결과나 최고의 순간만을 위한 탐욕은 진정한 예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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