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일곱 살의 수석 무용수였던 송라희가 서울시립발레단에서 해고 된 후 자살을 하게 됩니다. 21세기의 반을 훌쩍 넘긴 지금, 세계는 인공지능 로봇과의 일상생활이 보편화 되어 있고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발레를 하는 무용수들의 나노칩 시술이 허용되고 있는 가운데 숨진 송라희의 나노칩 시술 사실이 밝혀지며 발레단은 충격에 휩싸였고 새로운 지침에 의해 다른 단원들 전체에 대한 과학 시술 여부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두 명의 발레리나가 시술을 받은 것이 확인 됩니다.

서연조 단장은 추락한 발레단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시립발레단 창단 100주년 기념 공연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친구이자 세계적인 명성의 프리마돈나 신수연의 천재적 재능을 그대로 물려 받은 딸 제나를 주역으로 뽑습니다. 그리고 제나 만큼이나 실력를 갖춘 소율에게 주연에 버금가는 역할을 맡기며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전하라고 격려까지 하는데, 과연 소율이 송라희로부터 받은 제나의 유전자 검사 자료엔 어떤 비밀이 있을지, 엄마의 꿈을 위해 기계처럼 살아 온 제나에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세상이 변하고 노화도 질병으로 여겨져 치료 연구가 진행 되어 기대수명과 실제의 건강한 수명이 100살, 150살이 된다면 어떨까 상상하며 [턴아웃]을 읽었습니다.

나노칩 시술과 유전자 조작에 의해 뛰어난 예술적 활동을 보여주는 이들을 향해 그건 과학의 힘을 빌린 것이라 인간 본연의 예술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을 보면서 엉뚱하게도 코로나19 백신이 떠올랐습니다. 코로나에 감염 되어 죽거나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뉴스에 겁을 먹었었고, 백신을 맞으면 나노칩과 같은 기계장치가 우리 몸에 심어진다는 'X파일' 같은 가짜 뉴스들도 퍼져 망설이다가 백신 증명서가 없으면 모든게 불편해서 접종을 했던 날들 말입니다. 안전장치로서의 시술이나 유전자 조작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하는 과학적 시술, 살아남기 위해 맞는 백신과 미용을 위해 받는 불법 시술, 공공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제한되었던 자유들, 소설에 등장하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발레 공연의 이면에 그야말로 뼈를 깎는 노력과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다치거나 영구적인 장애를 입는다는 사실들까지 알게 되니 하루에도 저만치 발전하는 세상이 참 무섭게 느껴집니다.

앞으로 이런 시련들은 더 늘어날 것이고, 진짜로 기계와 경쟁해야 하는 사회가 도래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이미 도래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쓰고,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의사, 변호사 등의 면허시험을 가볍게 통과하는 인공지능이 이미 세상에 나왔으니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해 봅니다. 과거를 기준으로 미래 세대에게 조언을 하기엔 우린 너무 모르는 게 많은 세대가 된 건 아닐지, 급변하는 이 시대를 정면으로 만날 아이들에게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주면 좋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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