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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단] 푸른 숨
작성자 김연진 등록일 202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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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영동아, 이제 다른 누가 아니라 너 자신이 네 삶의 기둥이 돼야 한다. 이 세상 누구도 삶을 대신해줄 순 없어. 네 나이 열여섯이니 이제 홀로 설 때도 됐쥬. ...“_p107

 

일제 강점기 제주를 배경으로 어린 해녀 영등의 삶을 그려낸 소설 푸른 숨’.

 

같은 성장기 소설이여도, 읽을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게 하는 것은 각자의 환경과, 성향, 시대상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제주라는 것, 그리고 해녀라는 직업군만으로도 좀 낯설고 글을 쫓아가게 되는데, 거기에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상까지 더해져서 일반 청소년 성장기 소설과는 많이 달랐다.

 

무엇보다도 내 눈을 끈 것은 해녀의 세상을 설명하는 물질, 특히 에 관한 내용이였다. 이것만 읽으면 그들은 전혀 다른 존재 같았고 약간의 판타지로도 느껴지는 분위기였지만, 생존과 연결되는 가혹한 결말들에 화들짝 놀라게 된다. 상군 해녀를 꿈꾸는 주인공 영등을 통해 이런 삶도 있다라고 조용히 각인시켜주는 기분이였다.

 

 

시간이 지나고, 성장하면서 동료와 함께하는 세월들은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었는데, 주인공에게도 아픔이 생기고 다음을 기약하며 살아가게 되었는데, 야학을 통해 새로운 각성을 하게 된다.

 

아마도 저자는 해녀들의 문화, , 이들의 숨은 항일투쟁, 등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보통의 우리의 다른 모습을 강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이들의 문화와 용어들이 더 흥미로웠던 소설이였고, 단 한 숨이 모라자서 죽게 되는 우리 생명에 대한 많은 생각을, 그리고 다가오는 3.1절에 이 제주도 떠올리게 될 것 같은 계기가 되어준 이야기였다.

 

 

_그들은 서로 남의 바다를 넘보지 않았다. 상군은 하군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얕은 바다를 기웃대지 않았고, 하군은 자신들의 능력 너머라서 상군의 바다를 탐하지 않았다. 계급이랑은 무관하게 할망들을 위한 할망 바당. 젊은 해녀들이 절대로 발을 들여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_p14

 

 

_"영등아, 물속에서 욕심내면 절대 안 된다.“

물 밖으로 나올 숨 꼭 남겨두라.”

처음부터 물건에 욕심 부리지 말고, 숨만 요량해보고 나오라.”_p18

 

 

_영등은 두 눈을 부릅뜨고 숨을 크게 쉰 뒤 물속으로 머리를 넣었다. 두어 길 들어가자 가슴이 뛰고 숨이 막혔다. 영등은 더 들어가지 못하고 물 위로 나왔다. 와락 겁이 났다.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물질을 다시 못 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영등에게 그것은 죽음보다도 더 막막한 것이었다._p93

 

 

_선생님은 서슬 퍼런 순사 앞에서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적의를 굳이 감추지 않는 눈, 영등은 그 꼿꼿함이 두려웠다. 순사가 가고 나서 걸레를 움켜줜 영등의 몸이 덜덜 떨렸다._p120

 

 

_해녀들은 그렇다고 자신들의 신세가 처량해 울지는 않았다. 불턱에서 가끔 신세타령할 때도 있지만, 구질구질 길게 끄는 법이 없었다. 눈물방울이 턱 밑으로 채 떨어지기도 전에 불턱은 다시 웃음바다가 되곤 했다. 바다에서 잔뼈가 굵은 삼촌들의 관록 덕분이었다._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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