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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 『푸른 숨』 일제 강점기 어린 해녀의 숨비소리
작성자 신경재 등록일 202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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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경 장편소설/ 특별한서재(펴냄)










간혹, 동화나 청소년 소설을 성인들이 읽는 소설에 비해 급이 낮다고 착각하는 분들이 계신다. 심지어 동화를 쓰는 습작생 중에도 그런 말을 하는 분을 보았다. 소설을 쓰다가 도저히 등단히 어려울 것 같아서 동화로 전향했다고 ㅎㅎㅎㅎ 넘 충격적인 말이었다.



동화 문체, 청소년 대상으로 쓰는 소설의 문장에서도 함의적인 문장, 유려한 문장을 간혹 만나고 한다. 미친 듯이 책을 탐독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나는 오로지 문장 때문이다. 나는 고통 속에서 책을 읽는 편이다. 스토리 등의 단순 재미로 책을 읽지는 않는다. 하나의 작업이다. 책에서 좋은 문장을 발견하면 메모해 두었다가 인용해 보곤 한다. 나라면 이 장면을 어떻게 썼을까 등의 시건방진 생각을 하기도 해보고^^ ( 뭐 혼자 하는 상상놀이 이기 때문에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



이 책 〈푸른 숨〉을 읽다가, 어쩜 이렇게 시의적절하고 수준 높은 문장을 쓸 수 있는가 싶어 작가를 검색해 봤더니 〈직지 원정대〉와 〈사춘기 가족〉등의 동화를 쓰신 분이었다. 전작들 중에 내가 읽어본 책들이 많았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신 분인가 싶을만큼 제주도 방언과 문화에 대해 익숙한 저자, 책에서 우리는 제주 신화, 감은장 아기 설화, 설문대 할망, 영등 할망 등 많은 신화를 만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우리 신화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 더없이 반갑고 책읽기가 즐거웠다. 특히, 제주문화를 만날 수 있는 점 정말 뜻깊다.



내게 제주 역시 아픔의 장소다. 몇 년 전 문화유산 답사 여행을 다닐 때, 제주 오름과 제주 해녀 박물관에서 서럽고 한 많은 제주 해녀의 삶을 글과 도슨트 선생님의 설명으로 들었을때 얼마나 울었던지!!! 지금도 그때 사진을 꺼내면 온통 눈이 퉁퉁 부은 내 얼굴을 만나곤 한다. 제주는 누군가에겐 아름다운 휴양지이지만, 우리 민족의 한과 아픔이 그대로 휩쓸고간 한반도의 최남단!!!!



일제강점기, 나라 빼앗긴 설움은 국민들 누구나 공감 하지만, 그 안에서 특히 약자인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었다. (여성을 나약하다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가 여자를 나약하고 모자라고, 홀로 서지 못하는 핍박의 대상, 남성의 구속물로 여기는 시대였기에 여자를 약자라고 표현해 본다. )



주인공 영등이는 일찍 돌아가신 엄마 대신, 집 나간 고학력자 아버지 대신 동생들의 가장으로 살아간다. 어릴 때부터 배운 물질이 생계수단이었다. 야학 강사 선생님이 여자도 배워야 한다고 말했지만, 공부는 그림의 떡!!! 동생의 학비 대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영등이가 버틸 수 있엇던 것은 친구들 덕분 아닐까? 아직 덜 자란 소녀들의 연대의 힘!!! 여성의 연대는 남성의 것보다 훨씬 강하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 따위!!!!!



제주 해녀들을 딸을 낳으면 목놓아 울었다고 한다. 어쩌다 여자로 태어나 한 많은 삶을 살아갈 것인지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

해녀 팔잔 무슨 팔자라

혼백 상자 등에 지고

푸른 물속을 왔다갔다..... 이 부분 읽다가 눈물이 주르르~~~~~



물도 바다도 그저 생명을 품고 키울 뿐 애초에 누구의 소유일 리 없었다.


영등에게 아방은 멀리서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보내주는 등대


당장 찬 치의 어둠을 몰아내는 것도 중하지만, 그보다 중한 건 먼 데 있는 어둠을 물리치는 거다.


진짜 무서운 게 뭔지 아니? 그건 일본 순사가 아니라, 나 자신이 비겁해지는 거다. 두려움은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어. p121



책을 다 읽고 작가가 왜 해녀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어린 시절 잠시 살았던 제2의 고향 같다는 제주, 제주 해녀 박물관의 도움 등 나와 비슷한 정서를 갖고 계신 분이라 정말 반갑고 애틋했다. 책을 덮을 때까지 페이지 마다 눈물 짓지 않을 곳이 없었던 독서!!! 혹시나 작가분을 만날 수 있다면 작품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고 싶다. 제주를..... 바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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