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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단] 라이프가드
작성자 김연진 등록일 20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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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에서 전설로 전해져오는 바람을 만드는 사람을 평생 찾아다닌 한 목동의 이야기를 담았던 장편소설, ‘바람을 만드는 사람의 마윤제 작가가 단편소설집을 내놓았다. 8편의 단편 중 <라이프 가드>를 타이틀로 하고 있다.

 

바람을 만드는 사람이 신화 느낌의 판타지 같은 기억으로 남았다면, 이번 소설집은 전체적으로 약간은 그로데스크한 분위기의 현실로 되새기게 될 것 같다.

 

십대 때 겪는 경험은 충분히 왜곡되기 마련이고 객관적이기 정말 힘들다. 바로 이런 점에 포커스가 맞춰진 작품들과, 누구나 한 번쯤은 지나왔을 특별한 것 같지 않은 일의 이상한 기록을 다룬 듯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라이프 가드편이였다. 어느 날 엄마와 들어가 살게 된 2층집의 동생, 진희. 고의인지 우연인지 진희를 구하지 못했던 유지가 라이프 가드가 된 전개가 인과관계가 있는 듯 하면서도, 모순적이였다. 진희에게 중요한 조언을 하지 않았음을 알았음에도 그냥 갈 길을 가버렸던 주인공의 심정이 이상하게 공감되었다.

 

_백사장을 빠져나가는 순간 유지는 자신이 진희에게 가장 중요한 걸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다를 유영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그걸 익히지 못한 사람은 결코 바다를 이길 수 없었다. 책가방이 무거웠다. 이 무거움은 곧 익숙해질 것이다._p85

 

그 조언이 무엇이였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그냥 결과만 나올 뿐이였다.

 

 

이 소설은 물론, 다른 소설들도 갑자기 뚝 떨어져 점프를 해버리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것을 메우는 것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마윤제 작가 글의 특징인 것 같다. 바로 그런 부분들 때문에 한 편, 한 편, 끝날 때 마다 뭔가 허하다.... 채워지는 듯하다가 툭 놓아버린 느낌이 든다.

 

 

일상인 것 같지만 범상치 않은 그런 경험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단편소설집니다. 추천하고 싶은 소설들이다. 단편들이라서 더 좋다.

 

_만약 누군가의 삶을 진실하고 온전하게 이해하고 싶다면 단편소설을 읽어야 한다_작가 마윤제

 

 

_황 씨가 유명한 건 독특한 술버릇 때문이었다. 그는 아침에 눈을 뜨고부터 잠들기 전까지 쉬지 않고 술을 마셨는데 그 안주가 특별했다. 살아있는 청개구리였다._[‘에서]

 

_.. 도서 목록에 없는 책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었다. 바코드가 붙어 있지 않은 책을 그는 유령 책이라고 이름 붙였다. 유령 책은 출생신고서를 받지 못한 사람처럼 어떤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못하고 서가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다._['도서관의 유령들에서]

 

 

_순간 유지는 그 많은 물건과 넓은 방을 영원히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_[‘라이프가드에서]

 

_바닷물이 철썩 튀었지만, 여자와 개는 움직이지 않았다. 수면에 머리를 내민 남자가 잠영했다. 잠시 흐트러진 수면이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_[‘버진 블루 라군에서]

 

 

_땅속에 삽을 밀어 넣고 온몸의 힘을 실어 밟았다. 땅속 깊이 박힌 삽을 퍼내자 시커먼 흙이 나왔다. 신선한 흙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상의 모든 생명을 거두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근원의 냄새였다._[‘옥수수밭의 구덩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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