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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 7기] 가짜 모범생
작성자 김길성 등록일 20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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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특별 양장 한정판으로 출판된 [가짜 모범생]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녀에게 가해지는 학대가 어떠한 것인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청소년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가짜 모범생]을 읽으면서 몇 년 전 방영했던 '스카이 캐슬'의 드라마가 떠올려졌지만 이 소설은 그 드라마와는 다른 전개와 다른 결말을 독자에게 주고 있다.


늦은 나이에 쌍둥이 형제를 얻은 어머니는 쌍둥이 형제에게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3분 먼저 태어난 건휘(형), 선휘(동생)


엄마는 쌍둥이를 자식이 아니라 공부하는 전사로 만드는 사령관처럼 비친다.

엄마가 생각하는 공부와 스펙에 대한 욕심 때문에 자녀에게 가해지는 교육적 학대와 신체적 학대가 이 소설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소설을 읽는 내내 엄마와 쌍둥이 간의 관계가 조마조마하면서 읽었다.


어느 날 길거리농구를 하던 형, 건휘는 사고를 친다.

같이 농구를 하던 친구, 한솔과 싸움을 하다 그만 목까지 조르고 만다. 그리고 도망을 친다.

한솔은 의식을 잃은 후 다행히 며칠 후 돌아온다.

하지만 그 일로 형, 건휘는 당분간 소년 분류 심사원에 가기로 결정된다.


그 사건을 계기로 쌍둥이 형제의 형, 건휘는 욕실에서 목을 매어 자살은 한다. 엄마의 교육 학대에 못이 켜 자신만의 자유로운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자 극단적 선택을 한다. 그리고 선휘 친구 지우까지 자살을 한다.



어느 날 선휘는 추운 겨울날 목줄에 묶여 이동도 자유롭지 못한 개들을 보면서 안쓰러움을 느낀다. 개 주인에게 학대당하며 살이 찐 개들을 보면서 선휘는 추운 날의 그 개와 자신이 같은 처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소설 속 엄마의 교육관과 자녀를 대하는 태도도 문제지만 문제를 알며 서도 돈만 벌어다 주지 방관만 하는 아빠의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다. 아무리 교육은 엄마, 경제 관련 문제는 아빠라는 이분법적으로 가정을 꾸려나간다고 해도 엄마의 기이할 정도의 교육관이 아빠로서 쌍둥이 형제의 문제에 책임은 없는 것일까.


아빠가 방관하는 자세를 취하는 사이 선휘는 이제 마음이 지쳐 버렸다.

청소년 시기 부모가 자녀에게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어서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가 어떻게 유지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형의 죽음과 친구 지우까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선희는 정신적 방황을 한다. 그리고 가짜 모범생으로 살아온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을 가지기로 한다.

선휘는 마음의 짐을 다 들어 버리고, 비행기에 오른다.


가짜 모범생인 선휘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출발선이 비행기 활주로이지 않을까.

"잠시 후 비행기가 활주로 끝에 까만 얼룩을 남기며 묵직한 무게를 들어 날 아로는 순간, 나는 환희를 느꼈다."



활주로 끝의 까만 얼굴은 선휘가 가짜 모범생으로 살아오는 동안의 고통과 상처이지 싶다. 그 고통과 상처를 뒤로하고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가짜 모범생이 아니라 진짜 황선휘가 되어 날아오르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가짜 모범생]을 통해서 청소년 시기가 이미 훌쩍 지난 시기에 청소년 소년 소설을 읽게 되어 그때의 감정을 되살려 책을 읽어 내려갔다. 고민과 고통은 나이와 비례하지 않기에, 청소년 시기의 고민과 고통이 결코 가볍지 않고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자칫 잘못하면 죽음으로 내몰릴 수 있는 부모의 지나친 교육에 대한 욕심에 자녀의 일생에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주는지 절실히 느끼게 해준 소설이다.


자녀는 부모의 아바타가 아니라 독립된 인격체로서 당당하게 자신만의 세계를 꾸려나가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의무이자 책임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선희와 같이 가짜 모범생으로 인생을 살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당당히 나서는 진짜 황선휘 같은 인생을 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소설 [가짜 모범생]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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