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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6기]라이프가드
작성자 이지연 등록일 202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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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안녕(安寧) 하신가요?

엷은 미소를 지으며 누군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기라도 하는 듯한 예쁜 소녀의 표지 그림이 눈길을 끕니다. 표제가 라이프가드(Life Guard)인 걸 보니 누군가의 생명을 지켜주는 내용이라 짐작을 해보면서 책장을 여니 여덟 편의 작품이 있고 그 중 하나가 책명이 되었네요.

표제 글에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사는 거지요. 세상은 언제나 그렇게 유지되는 거요."라는 문구가 시사하는 것처럼 작가는 짧은 단편을 통해 누군가의 삶에 대해 진실되게 이해할 것을 던져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새엄마와 함께 온 형이 새엄마가 돌아가신 후 서른다섯 해 만에 아버지의 장례식에 나타났다 다시 사라집니다. 밀려왔다 쓸려가는 강물처럼 사람의 출입도, 인연도 그렇게 흘러가는 듯 합니다. 그것을 잡으려고 강물에 손을 담그며 마음 속의 강물과 섞이기를 바라는 주인공의 애절함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도서관의 유령들]
바코드도 붙어 있지 않고, 도서 목록에 없는 책을 '유령 책'이라 명명하며, 어느 날 자신의 책 한 권을 서가에 끼워 놓고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관찰하였는데, 여기 저기 서가에 꽂히다 종적을 감춰버립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책 읽기를 통해 세상을 배워가는 주인공은 유령 책 처럼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방황하지만 결국 제자리에서 삶의 진리를 깨달으며 책 속에서 위안을 찾습니다.

[라이프가드]
유지는 엄마와 새아빠와 그의 딸 진희와 같이 살게 됩니다. 어려서부터 수영을 배운 유지는 진희와 수영을 하며 서로를 알아가지만 살아온 환경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을 느낄 때 쯤,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진희는 결국 자살을 하고, 유지는 라이프가드로 일하며 평소 꿈꿔왔던 삶을 영원히 살 수 없음을 직감합니다. 이혼 가정과 아픔을 가진 가정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감정을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어느 봄날에]
매일 산을 오르는 주인공, 엽총을 사서 수렵을 다니는 최씨, 바다 낚시에 빠진 박씨, 농장을 사서 메돼지를 방목하다 식당을 연 권씨. 이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에 촉각을 세우던 중 암컷 돼지를 차지하기 위해 수컷 하나를 밀어내자 떡갈나무를 들이박는 수컷은 결국 사살되고,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저 재미로 느끼는 장면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누군가의 생명이 한낱 흥미로 전락해버린 듯한 씁쓸함이 느껴집니다.

[버진 블루 라군]
뱃길이 끊어지면서 섬에 갇혀버린 임신 중인 여자는 해녀 할머니가 운영하는 민박집에 머물게 되고, 해변을 걷다 한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얼마 후 이미 섬을 떠난 사랑하는 여자가 스쿠버 중에 잃어버린 팬던트를 찾으러 바다로 들어간 남자는 나오지 않게 되고, 여자는 다시 제주로 향하게 됩니다. 남자가 바다로 뛰어 든 심정을 짐작해 보면서 물은 이렇게도 잔인하게 생명을 앗아가는 마력이 있음을 목도합니다.

[옥수수밭의 구덩이]
황무지였던 곳에서 사람들이 실종되고 까마귀가 몰리자 공기총으로 내쫓은 후로 옥수수가 자라기 시작합니다. 옥수수를 먹은 한 여자가 복통을 일으키자 옥수수를 황무지에 모두 버리게 되고 황무지는 옥수수밭이 됩니다. 주인공은 땅을 팔게 되고 어머니의 부음을 듣게 됩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평생을 살아내지만 자신에게 닥쳐오는 일들을 예상치 못하는 인간의 한계를 잘 표현한 작품으로 사람 일이라는 것은 정말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조니워커 블루]
현기는 친구와 국제시장 깡통 골목의 한 작은 가게에서 조니워커 블루와 여러 가지를 훔친 후 산 정상에서 친구와 마십니다. 그러던 중 김목사에게 납치되어 죄의 벌을 받아 바다 속에 던져 집니다. 조금은 황당할 수 도 있는 내용이지만 전하고자 하는 것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입니다. 좋게 든 나쁘게 든, 빠르게 든 늦 든 예외없이 말이죠.

[전망 좋은 방]
고래 고기를 팔고 있는 식당에 들어간 주인공은 그곳에서 인간들의 추악한 모습을 보게 되고, 방황을 하다 전망 좋은 방을 향해 가게 되는데, 조금은 난해하고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만큼 누군가의 인생을 다 알지 못하는 것이 삶인 것인가 봅니다.

모두, 안녕(安寧)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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