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왕조의 마지막을 보는 일은 복잡한 감정을 갖게 한다. 특히 내 나라의 아픈 역사속에 있다면 그들에 대한 기득권에 관한 초점 보다는 국권을 빼앗긴 동족으로 더 보게 되는 것 같다. 전작인 ‘덕혜옹주’ 를 통해 마지막 왕조의 아련한 아픔을 이야기하려 했었던 권비영 작가가 이번에는 <잃어버린 집>을 통해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이은과 그 적통 직계손 이구를 데리고 왔다. 이 책에서는 그들의 아내, 마사코와 줄리아 멀록의 관점도 담고 있어서, 잘 몰랐었던 마지막 행적과 삶을 더 인간적으로 접해볼 수 있었다. 특히 영원한 이방인이자 원수나라의 여자 일 수밖에 없었던 마사코의 감정과 생각도 섬세하게 다루며 아들의 시점을 통해서도 다뤄주면서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이들의 처지에 공감이 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황태자에게서 당시의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을 격려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단행된 유럽여행,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 유학을 가지전까지 한 번도 조선에 가본 적이 없고 국적조차 대한제국이 아니였다는 이구의 존재와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아내 줄리아 멀록, 등 이전까지는 잘 알지 못했던 내용들에 마치 소설처럼 다가오는 부분들도 있었다. 결국은 고국에도 일본에서도 다 환대받지 못했던 이들은 새로운 권력자들에게 내쳐지고 그렇게 ‘집을 잃어버린’ 존재들이 되고 말았다. 해방이 되어도 바로 고국에 돌아오지 못했던 덕혜옹주처럼 참 안타까운 우리 마지막 왕조의 서사였다. _"나는 조선의 황태자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허수아비 황태자요.“_p79 _여행이라고는 하지만 한창수가 짜놓은 일정대로 움직이는 일은 마치 꼭두각시놀음과 다를 바 없었다._p123 _“그 아인 늦은 밤이나 새벽에만 나타나요. 모두가 잠들어 있을 때.” 어머니는 아리사의 존재를 믿었다. 위안이 되는 아이. 곰곰 생각해보니 어너미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그녀ㅏ 나타났다._p184 _그 말에 이 은은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소. 아직은 견딜 만하오. 이 또한 내가 격어야 할 일이고 우리나라의 일이오. 아무리 어렵다 하여도, 아무리 서운하다 하여도, 내 나라를 상대로 그런 일을 할 수는 없소.” 말은 그렇게 해도 마음은 쓸쓸하기 짝이 없었다. 이 은은 한국에서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일본도 이 은을 버렸다._p202 |